거미 -김선우
새벽잠 들려는데 이마가 간질거려
사박사박 소금밭 디디듯 익숙한 느낌
더듬어보니, 그다
무거운 나를 이고 살아주는
천장의 어디쯤에
보이지 않는 실끈의 뿌리를 심은 걸까
나의 어디쯤에 발 딛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은 魂처럼 가볍고
가벼움이 나를 흔들어
아득한 태풍이 시작되곤 하였다
내 이마를 건너가는 가여운 사랑아
오늘 밤 기꺼이 너에게 묶인다
-그런 적 있죠?
아주 작고 미미한 무언가 나를 통째 흔드는 느낌.
생의 여러 굽이들에 그런 순간들 만나죠.
거미가 내 얼굴 위를 아주 가볍게 지나가는 밤.
거미가 지나갔다고 말하고 말면 그뿐인 밤이라면 지루하지 않겠어요?
거미는 아주 살짝 왔다가 가도 나는 아주 크게 흔들려야죠.
거미에게 기꺼이 마음을 내줘야죠.
우린 거미줄을 가지고 번지점프를 할 수도 있는걸요.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가만히 눈을 감으세요.
천천히 숨을 머금었다 뱉으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달의 윤곽을 그리듯이.
윤곽선을 따라 가만히 몸속으로 들어가요.
거기 누군가 있지요?
마음을 다해 바라보고 있으면 보여요.
가만히, 가만히 들여다보아 주세요.
나도, 단신도, 당신인 나도 다 보일 때까지.
여성조선이란 여성잡지에 실린 김선우시인의 시인의 일러준 시인의 시를 느끼는 법에 실린 김선우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