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
벼-이성부
투영스
2008. 9. 29. 20:51
벼/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