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사막>

투영스 2009. 2. 17. 21:31

사막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의 아름다운 소설『사막』. 광대한 사하라 사막을 배경으로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를 감각적으로 풀어내었다. 사막 민족의 후예인 소녀 랄라가 깨닫게 되는 사막의 숭고함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자각을 그리고 있다. 랄라와 그녀의 조상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면서 펼쳐진다.

'청색인간'으로 불렸던 사막의 용맹한 투사들의 후예인 랄라는 사막 변두리의 빈민촌에서 살지만 사막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소녀이다. 어느 날, 도시에서 온 나이 많은 남자가 돈을 내세워 랄라와의 결혼을 추진하자 그녀는 이를 피해 목동 하르타니와 사막 한복판으로 도피한다. 하지만 결국 하르타니는 떠나고, 랄라는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차갑고 물질화된 프랑스의 도시로 보내진다. 그래도 그녀의 눈길은 언제나 고향 사막에 머무르는데...

이 소설은 대도시의 복잡하고 혼란스런 삶 속에 던져진 랄라가 삶을 헤쳐가는 모습과, 그녀의 조상인 사막 민족의 역사적 사건을 교차시키면서, 한 집단의 운명과 그 집단의 후예인 개인의 운명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랄라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원시적 정신과 순수한 감수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르 클레지오의 책처럼 받아들이기 벅찬 작품은 반드시 작품해설이나 머릿글을 반드시 읽어야 이해가 간다.ㅠㅠ)

결코 정복되지 않는 자연, 자연이 인간에 대해 승리를 거두는 곳 - 사막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자연에 기계문명을 대치시킨 곳 - 도시

자연에 대한 인간 승리의 장소인 도시는 결국 인간을 노예화하기에 이르고 자연과 유리된 삭막한 공간 속에서 인간을 인위적인 가치에

얽매여 살게 하는 거대한 감옥으로 부각된다.

반면 인간으로 하여금 그 자연에 순응하며 그 일부가 되어 살아가게 하는 사막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강인하고 자유롭게 하는 공간으로

부각된다.

 

 

어느날,

오, 어느 날인가는 까마귀가 흰 새가 되고, 바닷물이 마르리.

선인장 꽃 속에서 꿀을 찾으리라.

아카시아 가지들로 잠자리를 만들리라.

오, 어느 날엔가는 뱀 입 속에도 독이 사라지고, 총알에 맞아도 죽지 않으리.

그러나 그날 나는 내 사랑을 떠나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사막에도 바람이 불지 않고 모래 알갱이들이 설탕처럼 달콤해지리.

흰 돌멩이 밑마다 샘물이 나를 기다리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꿀벌들이 내게 노래하리.

그러나 그날 나는 내 사랑을 잃어버리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밤에도 태양이 뜨고, 달 속의 물이 사막에 호수를 만들어주리.

그때 하늘은 너무 낮아서 나는 그 별을 만질 수 있으리.

 

어느날,

오, 어느 날, 내 그림자가 내 앞에서 춤추는 것을 나는 보리라.

그날은 내가 내 사랑을 잃어버리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거울을 들여다보면 당신의 얼굴이 보이리.

우물 속에서 당신의 음성이 들리리.

그리고 모래 위에 남겨진 당신의 발자국을 알아볼 수 있으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내 죽으의 날을 알게 되리.

그날은 재가 내 사랑을 잃는 날이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태양이 어두워지리.

땅이 열리고 바다가 사막을 덮으리.

 

어느날,

오, 어느 날엔가는 내 눈은 이제 더이상 빛을 못 보리.

내 입은 이제 더이상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리.

내 가슴의 아픔도 그치리.

그날은 내가 내 사람을 떠나는 날일 테니까....

 

그 옛날의 노래, 아암마가 불러주던 노래, 그녀의 어머니가 부르던 그 노래.

랄라 하와의 노래.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이름 참말 길다)

'연인 역을 맡는 배우'처럼 잘생기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자라고 매스컴에서 찬사를 보냈다고 할 정도로 출중한 외모를 지닌 작가다.

<떠도는 별>을 93년도에 구입해서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간데 르 클레지오의 작품소개엔 별로 안 나와있는 책이다.

 

<사막>의 첫 장을 읽어내려가면서 이 책을 선택한 내 손이 밉기까지 했다.

대화체는 거의 없고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처음부터 서술형이다.

책을 읽는 동안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고, 머릿속이 온통 까매지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다 읽고 난 지금 허전함과 동시에 가슴 가득 차오르는 기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