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노서아 가비>중에서
뿌쉬낀의 <까프까즈의 포로>
자유로운 뮤즈의 선물을
웃음으로 받아다오, 벗이여
추방당한 리라의 노래와 내 한가로운 영감의 시간을
나 그대에게 바쳤으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방의 소리 들으며
무고한 나 우울하게 파멸해갈 때,
차디찬 배신의 칼이
무거운 사랑의 꿈이
나를 찌르고 짓누를 때
나 그대 곁에서 평온을 찾아
편히 쉬었다, 우린 서로를 사랑했다.
이반이 러시아공관의 고종을 독살하려는 음모를 알아차리고 우시장에서 이반 밀쳐내고 러시안 공사관으로 질주하기 전에 주인공 최월향이 가마안에서 러시와 말로 소리 높여 외쳤던 시.
<아름다운 이여 내 앞에서 노래하지 마라>
아름다운 이여 내 앞에서 노래하지 마라
슬픈 그루지야의 노래
저 먼 바닷가 또 다른 인생을
다시 내 기억에 떠롤리니까.
아, 그대의 잔인한 선율
또 다시 생각나게 한다
초원과 밤과 달빛 속에 저만치 서 있는
가엸은 처녀의 모습을.
숙명처럼 따라오던 그리운 환영
나 그대 보고서 잊었건만
그대 노래부름에 그 모습 또 다시
내 앞에 어른거린다
아름다운 이여 내 앞에서 노래하지 마라
슬픈 그루지야의 노래
저 먼 바닷가 또 다른 인생을
다시 내 기억에 떠올리니까.
청나라 연행길에 수행역관으로 뽑혀갔다가 천자의 하사품을 빼돌렸다는누명을 쓰고 소금에 절여진 머리만 돌아와서 서대문 밖에 효시 된 아버지의 유품인 만년필에 새겨져 있던 , 아버지가 즐겨 암송했던 뿌쉬낀의 시.
이반이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갔다는 사실을
만년필을 통해서 알게 된다.
시구 끝에 아버지(최홍)와 주인공(최월향) 둘 사이에서만 쓰던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어린 시절 주인공의 별명인 쓰여있었다.
'안나에게'라고.
그러니까 이 만년필은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선물하려고 연경 어느 시장에서 무척 비싼값에 산것이리라 추측한다.
소설가 김탁환은 위 시를 석영중 선생님의 번역을 따랐단다.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시의 느낌은 상당히 달라지는 것임으로 나 또한 번역자를 엄청 따지는 편이다. ㅋㅋㅋ
김탁환은 74권의 소설들을 써낸 소설가 발자크와 시인 뿌쉬낀을 좋아한단다.
아마도 그는 발자크를 많이 닮고 싶은가보다.
스스로 '소설노동자'를 꿈꾸며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무조건 아침에 이야기를 만듭니다. 아침에 글을 안 쓰면 종일 우울하고 불안합니다.
일종의 결벽이지요"란다.
백탑파 시리즈인 <열녀문의 비밀>,<열하광인>,<방각본 살인사건>으로 알게 된 김탁환.
나는 그의 열혈팬이다.
책을 손에 든 순간 나는 어느새 <노서아 가비>의 주인공 따냐가 되어 러시아 숲속을 말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희대의 사기꾼이 되어 세상 끝까지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