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영스 2011. 8. 25. 15:35

침묵 - 백무산(1954~ )


나무를 보고 말을 건네지 마라

바람을 만나거든 말을 붙이지 마라

산을 만나거든 중얼거려서도 안된다

물을 만나더라도 입다물고 있으라

그들이 먼저 속삭여올 때까지

이름 없는 들꽃에 이름을 붙이지 마라

조용한 풀밭을 이름 불러 깨우지 마라

이름 모를 나비에게 이름 달지 마라

그들이 먼저 네 이름을 부를 때까지

인간은

입이 달린 앞으로 말하고 싸운다

말없는 등으로 기대고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