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두모악'엘 다녀왔다.
성산읍 삼달리 옛 삼달초등학교터에 김영갑 선생이 생전에 갤러리로 꾸며 놓은 곳.
루게릭병이란 진단을 받고 그동안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학생수가 모자라서 폐교가 되어버린
이곳을 꾸미기 시작하셨단다.
사진은 아무나 정리할 수 있지만 자신이 직접 찍은거라 정리도 직접하는게 낫겠다싶어서
거동이 불편한데도 쉬지않고 작업을 하셨단다.
시골학교답게 교사도 자그마하고 운동장도 자그만하다.
갤러리 입구 왼쪽으로 태극기와 교기가 꽂혀 있던 자리도 그대로이고
배움의 터란 글이 새겨진 커란란 바위도 그대로다.
운동장은 온통 제주의 자연석과 동자승으로 가득하고.
우리가 갔을 때는 마을 아주머니 몇 분이 잡초제거작업을 하고 계셨다.
그 중 한 아주머니께서 큰애를 보더니 손주생각이 나신다고 손주가 보고싶다고
눈물을 글썽이셨다.
제주시에 사는 아들내외가 손주녀석들이 그립다고 하신다.
보고 또 보도 또 봐도 보고 싶은게 가족인가보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사무실겸 매표소가 있고 바로 전시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전시실로 들어서니 고서에서나 풍김직한 눅눅하고 오래된 살짝 곰팡이 냄새 같은게 코를 자극한다.
그 냄새가 역하지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실마다 한 대씩 제습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진아랫부분 바닥엔 자잘한 제주의 자연석들이 깔려있었다.
선생께서 생전에 사무실로 쓰던 방은 카메라등 선생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출입금지.
중앙에 위치한 교실에는선생이 인터뷰했던 내용을 볼 수 있게
대형TV와 VTR도 설치되어 있어서 관람객이 요청하면 비디오 테입도 틀어주는 것 같다.
그 방에는 선생의 생전모습이 찍힌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나머지 교실에는 제주의 풍광을 전시해 놓는데 일정 시기마다 사진을 교체해서 전시한다고했다.
큰애는 요즘 부쩍 사진에 관심이 많아졌는지 디카들고 이것저것 찍고 다녀서인지
선생의 사진에도 관심을 보이는데
작은애는 아직 어려서인지 일단 몸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걸 먼저 찾는다.
놀이기구 타고 아이스크림 먹고 동화속 같은 풍경과 꽃이 더 좋단다.
'두모악'은 어린아이들이 가기엔 조금 이른 곳인것 같다.
작은애가 좀 더 크면 그때 다시 가봐야지.
큰애도 방명록에 열심히 뭔가를 적긴 했는데 절대 보면 안된다고 몸을 움추리는 바람에 볼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뭔 내용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제주를 너무나 사랑하여 제주를 떠나지 못하고 제주의 모든 들녘을 자유롭게 떠돌면서
사각 프레임안에 제주인의 삶과 제주의 풍광을 담아내셨던 김영갑 선생님은 2005년 5월에 지병인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현재 '두모악'은 후원금과 입장료.그리고 기념품(사진집.선생의 에세이집.포스터.엽서.책갈피등등)을 판매해서
운영되고 있다.
제주인이라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이 옛 학교터임을 말해주는 표시석
국기와 교기가 걸려있던 게양대.
학교 운동장이였던 곳을 이렇게 돌과 동자석등으로 꾸며 놓았다.
운동장 군데 군데 쉴 수 있는 쉼팡의 재료도 돌이다. 아이들이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지쳐서 추욱 늘어져있다.
허브동산에서는 사진 찍기를 거부하던 큰애가 어쩐일인지 순순히 사진을 찍어 달란다. 동자의 모습이 귀엽다.
교정을 둘러보니 제주자연석으로된 돌담형태의 구조물과
소박한 동자석들이 가득하다.
동자석들의 일광욕(?) 아니면 소풍(?)
깨달음을 얻고자 동굴안에서 수양중이신가?
아웅~졸려. 마치 하품하는 아이같다.
두상만 남은 돌하루방이 고단한 몸을 뉘고 쉬었다.
동자랑 나란히 앉은 큰아이.
가만히 보니 둘이 아주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