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

빨래

투영스 2007. 6. 29. 12:01

빨래

    이해인

 

 

초록색 물통 가득

춤추며 일어나는 비누 거품속에

살아 있는 나의 때가

울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 낀 내 마음 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 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내듯

빨래를 한다

어둠을 흔들어 헹구어낸다

 

물통 속에 출렁이는

하늘자락 끌어올려

빳빳하게 풀먹이는

나의 손이여

 

무지개빛 거품 속에

때묻은 날들이

웃으며 사라진다